2025년 3월 4일

나는 남해를 떠올리면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되었다.

삼일절이 토요일이라 월요일까지 휴일이 생겼다.

삼일절이 토요일이라 월요일까지 휴일이 생겼다. 뭘 할까 생각하다 서울과 판교 추위에도 지쳤고 탁 트인 풍경을 보고 싶어 남해에 가기로 했다. 남해에 가면 내가 느낄 수 있는 어떤 정서가 있는데, 나는 그걸 너그러움이라 부르기로 몇년 전에 생각한 적 있다.(출처 : 내 인스타)

감정을 구체적인 언어로 정의하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더 커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 이후로 쉼이나 마음의 공백 상태가 필요할 때 남해 바다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육지와 연결된 노량대교를 타고 남해로 가는 그때 차 창문 넘어로 들어오는 공기의 냄새와 풍경이 주는 시각적인 느낌은 전혀 자극적이지 않지만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나는 남해를 떠올리면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되었다.

(남해 가기 전에 포토 덤핑 좀…) 서희랑 형준이 만나서 신사동 콴안다오 갔다. 서희가 이슈로 예정 시간을 넘겨 도착한 것 빼면 좋은 만남이었다. 요즘 음식값에 대한 금전 감각 마비되어서 엄청 먹었는데 싸네?라고 생각했다.

2차는 키보에서. 좋아하는 곳이 되었는데 2월 28일까지 영업한다고 하더라. 아쉽다.

같이 일하는 우디랑 5등 당첨된 로또 교환하고 기분 전환차 블루보틀 왔다. 블루보틀은 뭐다? 놀라다. 이렇게 놀라 입문자 한 명을 더 만들었다.

이주에 약속이 많았다. 동균이 만났는데 표정 심각해보이지만 이 날 진짜 너무 웃어서 기분 좋았다. 옛날 얘기는 왜케 재미있을까. 누가 그러던데 남자들은 만나면 그들이 처음 만났던 시기의 정신연령으로 돌아간다고…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동균이 만나서 즐거웠던 덕분에 늦어진 남해 출발… 우리는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휴게소에서 라면 먹고 간 덕분에 도착 예정 시간이 2시간 늦춰질 줄은.

여차저차 남해 가기 전에 선희 고모가 계신 마산 먼저 가게되었다. 6시간 좀 넘게 운전해서 피곤했는데 고모와 고모부가 회도 사주시고 잠자리도 내어주셨다. 두 분은 내가 만나본 여느 어른들보다 인격적으로 훌륭한 분들이라는 느낌을 받게 하는데… 그런 느낌의 원천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한참 어린 우리에게도 가르치려고 하는 말이나 태도가 없으시다는 것, 배움이나 새로운 생각에 열려 있고 열중하고 있는 뭔가를 갖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다시 동균이 사진으로…) 바로 어제만해도 동균이 만나서 꼰대같이 가르치려고 했는데 나는 아예 틀린 것 같다.

어쨌든 술은 또 진탕 먹었고, 다음 날 아침 고모가 차려주신 아침 먹고 직접 따서 덖은 녹차 마셨는데 차가 너무 훌륭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이렇게 챙겨주셨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진짜 이렇게 훌륭한 차는 오랜만이라…

솔직히 마산에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나는 마산하면 골수 롯데팬, K-훌리건, 마산 아재 따위를 떠올리던 한심한 놈이었는데 이제는 두분의 배려와 귀여운 골목길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죄송합니다)

이제 진짜 남해로 이동… 가는 동안 휴게소에 청주 오믈렛이라는 게 있길래 형준이한테 물어봤다. 청주 오믈렛은 OG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할머니 집 도착하기 전에 하나로마트에서 선물 사가는 거 다들 아시죠,,

도라지 배즙(from 하나로마트) 맛있다고 하셔서 다행~

귀여운 순돌이도 직접 만나고~

장인어른이 바다에서 따온 미역 건조 중… 할머니가 미역국 끓여주셔서 밥 먹고 내일 다시 들르겠다고 하고 숙소로 이동.

숙소 가는 길에 돌창고 프로젝트 있어서 들렀다. 남해 오면 꼭 들르는 곳이다.

공방에서 만든 도자기에 커피도 나오고… 이건 근처 중현떡집에서 가져오는 쑥떡에 콩가루 묻힌 디저트인데 중현떡집은 쑥떡 GOAT로 알려진 곳이다. 남해에서도 시골인 할머니 동네 바로 근처에 있다.

이건 2022년 사진인데… 중현떡집은 뭐 이런 곳이다. 뒤에 보면 중현마을 우체국 건물이었던 곳을 떡 제조 및 물류 공장으로 쓰고 있는데 이런 것조차 요즘 힙스터들이 옛날 가게 간판 떼지 않고 거기에 카페 차리는계산된 그런 느낌이 아니라 진짜라서 뭔가 숙연해진다(죄송합니다…(왜))

남해에서 읽은 책은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

숙소에 짐 풀어놓고… 밥 먹으러 마땅히 갈데가 없어서 아난티 안에 있는 식당으로 왔다.

뭐 대략 이런 느낌의… 원래 아난티 골프장 그늘집 같은 곳인데 저녁에는 식당으로 운영한다. 워크인 방문 가능.

그늘집에서 파는 만두…

선희와 나(화질이 왜이러냐…)

아난티 왔는데 그냥 밥만 먹고 가기 아쉬워서 이터널저니 구경했다.

독립서점이 하는 플레이를 너무 무성의하게… 이건 반칙 아닌가.

숙소 와서 파묘 보다가 잠들었다. 파묘도 OCN에서 너무 자주 해주고 자주 봐서 우리에게는 제2의 타짜 같은 느낌이다… “(최익현 톤으로)누가 할머니 틀니 가지고 있네?”

다음날 아침. 비바람이 엄청 불어서 힘들게 3K 뛰고 서둘러 복귀했다.

남해를 이대로 떠나기 아쉬워서 집에 조금 늦게 도착하더라도 더 있다 가자고 했는데 망설여질 정도로 날씨가 안 좋았다. 폭풍 때문에 미세먼지는 없었겠지만…

여기는 숙소 근처 때깔로무역. 타코, 파스타, 스테이크를 파는 곳이다. 타코와 파스타만 먹어봤는데 타코 맛있었다. 파스타도 괜찮았다.

오랑지나 캔이 있다는 부분이 마음에 듭니다…

사진이 좀 이상한데… 스테이크는 이렇게 정육되어 있는 걸 고르면 가니쉬를 얹어서 구워주는 방식이다. (+10,000원) 다음에 먹어봐야겠다.

곳곳에 귀여운 식물들이…

이건 접니다…(뉴욕 양키스에 미친 사람 같아 보이네)

여긴 스테이위드북이라는 서점이다. 무인으로 시범 운영하는 중이라고 되어 있어 구석구석 구경하고 책도 살펴봤다.

안쪽에 이렇게 빨간 벽으로 된 공간도 있다.

<스토너>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책마다 사장님의 추천사나 어드바이스 같은 것들이 붙어있었다. 작고 한정된 공간에서는 큐레이션을 정말 잘해야 된다는 걸 실감하게 되는 공간이랄까.

원래 가려고 했던 숙소는 여기. 폐교를 숙소로 바꾼 공간인데 할머니 집도 가깝고, 운동장 잔디도 좋고 담장 너머에는 바다도 보인다.

여기가 그 바로 옆에 있는 바다다. 무슨 헤어질 결심 같네…

혹시나 해서 좀 찾아보니 헤어질 결심에서 바다 장면은 실제로 부산이나 삼척에서 찍었는데 서래가 이사 온 이 집은 남해 아난티에서 찍은 거라고 하네. 이왜진…

할머니 건강하세요…!

시금치 좀 주신다고 하셨는데 좀이 아니잖아… 감사합니다 할머니…

말로만 듣던 앵강마켓 처음 가봤는데 다행히 웨이팅 없었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공간이었다.

호지차랑 커피 주문했는데 산미 없는 필터 커피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차보다 커피가 훨씬 맛있게 느껴졌다.

읽던 책 다보고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바로 시작했다. 동시대 작가가 쓴 동시대를 다룬 문학을 읽는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었네,,

또 휴게소에서 밥 먹다가 예상 도착 시간이 2시간 늘어나는 경험을 하게 될까봐 남해에서 이른 저녁 먹고 가기로 했다. 느낌 오는대로 근처 중국집에 그냥 들어갔다.

진짜 어렸을 때 동네 중국집에서 가끔 배달 시켜먹던 탕수육 맛이네. 탕수육 소스에 시금치도 같이 볶아져서 나왔다. 남해 시금치겠지,,

식후 걷기 좀 하고…

노량대교를 건너(건너편에 보이는 다리는 남해대교)

남해 안녕~ 여름에 또 올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