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9일

아무렇게나 자란 나무들

날씨가 너무 좋다.

1. 달리면서 보는 것들

날씨가 너무 좋다. 숨이 더 크게 마셔지고 땀도 적당히 난다. 손이 시렵지 않다. 그렇다고 덥지도 않다. 경험적으로 이런 날씨는 길어야 3주 정도 지속되기 때문에 누릴 수 있을 때 많이 누려야 한다. 분명 다음주면 지금보다 훨씬 더워진다. 그늘을 찾아 달리게 된다.

올림픽공원과 탄천을 번갈아 뛴다. 거대한 공원도 좋지만 마음이 더 평화로운 쪽은 평지로 길게 뻗은 탄천을 달릴 때다. 탄천을 달릴 때 왜 마음이 더 편하고 너그러워지는지 알 길이 없었다. 오늘 아침, 음악도 없이 탄천을 한시간 정도 달렸다. 30분 정도 천천히 달리고, 30분을 템포런으로 달렸다. 달리는 동안 탄천을 구석구석 살폈다. 아무렇게나 자란 나뭇가지가 길 위를 드리우고 있었다. 각기 다른 종류의 나무들이 외따로 떨어져 제멋대로 가지를 뻗고 있었다. 멋지다. 멋지다. 생각하며 달렸다.

같은 간격으로 줄지어 심어져 있는 가지런한 나무들이 주는 미감도 있지만, 탄천 벌판에 아무렇게나 드리워져 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달릴 때 마음이 평화롭고 편안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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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프라인에서 소비하는 것

대부분 쇼핑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이 주는 경험은 분명 특별하다. 지난주 860 v15를 신어보러 롯데월드몰의 뉴발란스 매장에 갔는데, 시착을 요청하면 사이즈에 맞는 신발을 꺼내주는 것 외에 매장 직원이 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신어보고, "잘 맞으세요?"라고 물어보고 옆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이다. 살 건지 말 건지나 빨리 말해달라는 것처럼...

20만원이 넘는 신발 한 켤레를 사는데, 이 신발에 대해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어떤 신발이고, 어떤 경우에 신으면 좋고, 쿠셔닝의 느낌은 어떤지, 어떤 사람이 신으면 좋은지... 심지어 뉴발란스 신발이 D, 2E, 4E로 나뉘어 있고, 2E부터 와이드 옵션이라는 사실도 모른다. 옆에 있는 중년 부부는 아무도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860과 1080을 비교해보며 서로 토론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둘이 제대로 토론이 될 리가 없다. 이런 식이면 신발을 제대로 고를 수 있을리가 없다... 이런 식이면 그냥 쿠폰이나 적립금 최대한 적용해서 온라인으로 사는 게 훨씬 낫다.

주말에 성수동 오드플랫에 갔다. 임스체어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당장 의자를 살 시기는 아니지만 안목을 넓혀두고 싶었다. 일반 의자와 암체어 차이도 직접 앉아서 비교해보고 싶었고, 각기 다른 다리의 모양도 실제로 봐두고 내가 어떤 의자를 마음에 들어하는지 알아두고 싶었다.

의자를 꺼내서 비교해보고 앉아보고, 바닥 모양을 살펴보고 있는데 직원분이 다가와서 자연스럽게 임스체어에 대해 설명해준다. 임스체어의 유리섬유가 왜 특별한지, 태닝되면 경년 변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현행과 빈티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가죽/패브릭 버전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수리 가능한 범위와 불가능한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복원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차분하지만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느껴지는 설명을 들으며 나는 이 제품을 더 잘 알고 싶어졌다. 당장 구매를 결정하진 않았지만, 설명해 준 직원분에게 잘 설명해줘서 고맙다고, 재미있었다고 말하고 나왔다. 오프라인에서 무언가를 구매하는 경험은 제품에 대해 충분히 대화하고 더 잘 이해하고 제품을 사랑하게 된 상태로 소유하게 되는 경험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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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좋은 음악과 영감을 주는 것들

이번주에 들은 좋은 것들... 이런거 보고 들으려고 살아가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렇게 보면 인생 정말 뭐 없네.

Bruno Berle - Te Amar Eterno

Werther - Litoral

khruangbin - pon pon

ana frango eletrico - electric fish

브라질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존나 잘하는데다가 세대도 비슷하고 다 친구이기까지 함. 저 뒤에 아지무스 LP랑 electric fish 있는 호랑이 앨범도 있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