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일

2022년 1월 1일

눈이 좀 일찍 떠져서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호텔을 나섰다.

눈이 좀 일찍 떠져서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호텔을 나섰다. 어제 카카오맵에서 봐둔 길이 맞다면 호텔 길 건너편에서 무의도까지 왕복으로 5km 정도 뛸 수 있는 코스가 있을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무의도와 영종도 사이를 연결하는 교각을 러닝으로 건널 수 있었고, 거리도 5km를 좀 넘는 정도로 적당했다. 다리를 오르기 시작할 때 완만한 업힐이 이어졌는데 오히려 코스 전체에 리듬을 만들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무의도로 가는 다리로 진입하기 전에는 차와 사람이 빼곡했다. 코로나 때문에 해맞이 행사도 없고, 모임도 금지였는데 제각각 모여 1월 1일에 해를 보겠다는 사람들을 막을 명분은 아무것도 없어보였다.

다리를 오르기 시작하자 차도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달리는 동안 계속 일출에 시선을 빼앗겼다. 도중에 멈춰서서 사진을 몇장 찍고 써니에게 나오라고 전화했다. 호텔 발코니에서 더 잘 보이니까 얼른 들어오라고 하길래 페이스를 올려 뛰었다. 장갑을 안 챙겨와서 손이 시려웠던 것만 빼면 완벽히 좋은 러닝이었다.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조식을 먹고 사우나가서 씻고 딱 11시에 맞춰 체크아웃했다. 써니에게 무의도 가는 길을 보여주고 싶었다. 차를 몰아 아까 뛰어서 건넜던 다리를 건너 들어갔다.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하나개 해수욕장이라는 곳이 있길래 가봤다.

파도가 얼어있었다. 원래는 갯벌 바다인데 모래를 메운것인지 백사장이 있었다. 작은 콘테이너로 된 방갈로들이 백사장 위에 빼곡했는데 너무 흉물스러워 보였다.

기왕 인천까지 온 김에 인천에서 점심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인천에 딱히 아는 곳이 없어 차이나타운으로 가봤다. 도로 이정표에 이름만 들어 본 익숙한 지명이 많았다. 타짜에서 돈을 전부 잃은 고니를 태운 택시기사가 못가서 아쉬워했던 연안부두라든가. 럭키차이나라는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고 나왔다. 1월 1일부터 여기와서 짜장면과 짬뽕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의문이었다.

아크테릭스 아톰LT를 처분했다. 내 아톰LT는 글 올리자마자 10분만에 연락 온, 20대로 보이는 남자애의 소유가 되었다. 사실 같은 용도의 파타고니아 나노퍼프 후디가 있기도 하고, 이제 아크테릭스가 멋져 보이지 않기도 해서 손이 잘 안 갔다. 성능은 좋지만 패킹하기도 번거롭고 부피도 크고. 너무 많은 사람이 아크테릭스를 입는다. 산이 아닌 곳에서도. 사실은 그게 멋져보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올해 처음 본 영화는 박하사탕이 되었다. 써니가 베놈 보자고 했는데 2022년 첫 영화를 베놈으로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써니도 뭐 그런 의미부여를 하냐고 했지만 껄끄러운 것이 분명했다.

20년 전 설경구는 정말 짐승같은 배우였구나, 새삼 감탄했다. 고등학생 때 봤던 기억이 있어서 부분부분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었다. 지금 시대를 기준으로 보면 불편할만한 부분도 있었지만 대단한 영화라는 생각을 보는 내내 했다. 이창동 감독은 이야기꾼이다. 영화가 끝나는데 두꺼운 소설책 하나를 덮은 느낌이 들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