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13일
2022년 1월 12일
날씨 앱에 -15도라고 써있으면 딱히 여러가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날씨 앱에 -15도라고 써있으면 딱히 여러가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아 존나 춥겠다’ 외에는. -15도 때문에 뛰러 갈까 말까 고민을 좀 하다가 나가보기로 했다. 너무 추우면 그냥 들어오면 되고, 버틸만하면 이제 날씨때문에 못 달리겠다는 기준의 상한선이 좀 더 올라가는 거다.
간만에 나이키런 코칭 프로그램으로 24분 회복런을 뛰었다. 매번 똑같이 듣는 녹음된 목소리지만 아이린 코치가 하는 말들에 가끔 뛰면서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압박감을 내려놓고 러닝에 집중하라든지, 달렸을 때의 성취감을 떠올려보라든지.
얼굴 특히 입주변이 시려워서 마스크를 올렸다 내렸다한 것 말고 날씨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히려 아주 더울 때가 훨씬 힘들다. 추우면 잘 입고 천천히 조절해서 뛰면 적당히 땀도 나고 좋은데 더우면 정말 답이 없다.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는지 의문만 든다.

택시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30년 넘게 뚜벅이로 살면서 지하철이나 버스보다 차가 몇배의 요금을 낼 만큼 편하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어서다. 물론 지금은 차가 개짱이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지만… 형님들이 왜 그렇게 차를 좋아하는지 이제서야…
그래서 택시도 잘 타지 않았는데 최근 2년 새 내가 평생 살면서 택시에 탑승한 횟수보다 더 많이 택시를 타는 것 같다. 페이스북에서 가끔 택시기사들에 대한 성토가 올라오면 꽤 많은 라이크와 공감을 받는 장면을 종종 목격해왔는데 택시 유저가 아닌 나는 사실 그닥 공감되지도 않았고, 그런 글이 올라올 때 얼른 혐오에 동참하는 것이 마치 힙스터의 스포츠가 되는 것 같아서 올바르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택시를 많이 타보니까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타자마자 ‘빠른 길로 갈지, 내비대로 갈지’ 묻고는 기사님 편한대로 가달라고 하면 20분 뒤에 내부순환로에서 140km/h로 운반되는데, 자연스럽게 창문 위 손잡이를 붙잡고 누군가에게 기도라도 드려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된다.
오늘 탔던 택시는 위에 적은대로 너무 만족스러웠다. 경험이 좋지 않은 택시의 후기를 굳이 적진 않지만, 안전하게 운전하는 기사님을 만나면 별점이라도 드리고 싶어진다. 회사 법인카드 자동 결제라 잔돈을 안 받거나 할 수는 없으니…

어제 밤에도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대구 집에서 기르던 초롱이(개)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연락을 받고 잠깐 멍해졌다. 왜 개가 혼자 집 밖으로 뛰어 나가도록 방치했는지, 평소에 바깥 구경은 왜 잘 안 시켜줬는지 같은 원망스러운 생각들이 스쳤지만 전화 너머의 엄마 목소리가 너무 침울해서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어떤 일이든 이유를 따지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들게 마련인데 사실 살면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은 이유를 따지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안다.
초롱이는 아버지가 일하던 공사현장에 주인 없는 떠돌이 개가 낳아놓고 간 새끼 강아지 몇마리 중 한마리였다. 집에 데려와 씻기고 먹이고 그렇게 엄마와 아버지와 몇년의 시간을 보냈다. 나와 동생이 떠난지 오래된 그 집에서.
강형욱 선생님 같은 분이 등장해 개의 올바른 양육법이 많이 대중화 되었는데, 초롱이는 그런 방법에 비추어보면 불행한 삶을 살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엄마와 아버지가 초롱이에게 마음을 쏟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개 키우는 법’ 같은 걸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검색할 요령도 없는 분들이 가끔 나에게 전화해서는 닭뼈를 줘도 되는지, 초콜렛을 줘도 되는지 묻기도 했으니까 아마 당신들의 상식선에서는 최선을 다하신 게 아닐까 싶다.
마당에서 뛰는 강아지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는 엄마 때문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생명이 너무 하찮고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고 엄마는 어떤 기분일까 싶고… 차들이 사납게 달리는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죽었지만 상한데 없이 깨끗하다는 아버지의 말이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말이 아니었으면, 뒤늦게 본 자식처럼 부모님께 기쁨을 줬던 초롱이가 좋은 곳에서 마음대로 뛰어다녔으면 좋겠다. 제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