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일
나는 사과 받고 기분이 좋아졌다.
판교역에서 신분당선 타고 양재역으로 가서 양재역에서 3호선으로 환승한 후 경찰병원역으로 오는 내 퇴근 동선은 효율적이진 않지만 이제 적응 되어 어떤 열차 번호로 타고 내려야 가장 최소한의 힘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 어느 정도는 파악하게 되었다.
양재역에서 경찰병원역으로 돌아올 때는 열차번호 4–3으로 타면 내리자마자 개찰구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엘리베이터는 문이 닫히는데 한참 걸리지만 계단으로 가기엔 지쳐있을 때가 많아 자주 이용한다. 애초에 노약자와 교통약자를 위한 시설이라 닫힘 버튼이 동작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데 캐리어를 든 여행객 같은 중년 여성분이 내 어깨를 손끝으로 치며 불렀다. 이 엘리베이터의 행선지가 어디인지 물어본 것이었는데 음악을 듣고 있었던 데다 누군가 나를 부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해서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머 죄송해요.”
놀라긴 했지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하시는 것 같아 기분이 누그러졌다. 누그러진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기분이 약간 좋아졌다. 개찰구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라고 설명하고 엘리베이터에 같이 탔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제가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라고 다시 말하셔서 괜찮다고 했다.
미안한 상황에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고마울 때 고맙다고 하는 것, 내가 초래한 어떤 상황을 인정하는 그 어떤 커뮤니케이션은 크고 작은 힘이 있다. 사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왜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표현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까. 특히 지하철을 타다보면 내 가방을 치고 가거나 신발 뒤축을 밟고도 무심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불쾌함이 드는 단계를 지나 딱히 별 감정이 들지 않는 수준에 이른지도 오래된 것 같은데 오랜만에 받은 무례와 뒤이은 사과 한 마디에 기분이 이상하게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