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6일
나는 인스타그램 지웠다.
이번 달에 몸살, 장염을 연달아 앓고 나서 어느 정도 일정했던 생활 리듬이 무너졌다.

이번 달에 몸살, 장염을 연달아 앓고 나서 어느 정도 일정했던 생활 리듬이 무너졌다. 달리기를 쉬게 되었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피곤하고 대중교통 타는 것 자체가 힘에 부친다고 느껴진다. 스크린타임이 덩달아 늘어났다. 지하철에서 책 보던 습관도 깨지고 집 안에 있는 동안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하는 건 별로 없다. 그런데 시간은 엄청나게 빼앗긴다.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 인스타 스토리를 구경한다. 정말 가끔 좋아요를 누르거나 표정을 보낸다. 가끔 스토리를 막 올리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최근 사진첩에 있는 아무 사진을 올린다. 회사 인스타그램 계정을 가끔 들여다 본다. 회사 사람들 계정 몇몇개가 눈에 띄는데 한번도 들어가 본 적은 없다. 그들의 회사 밖 일상은 전혀 궁금하지 않기도 하고, 뭔가 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네이버 카페 앱도 들어간다. 고아캐에서 멋쟁이들 사진을 구경한다. 요즘은 그 카페에 멋쟁이들이 별로 없다. 그래도 그냥 들어가서 최근 글들을 구경한다. 일본 가서 잔뜩 쇼핑하고 온 후기나 맛있어 보이는 야키도리집을 소개하는 글 같은 게 있으면 유심히 본다. 요즘은 삼성라이온즈 팬카페인 사자사랑방도 구경한다. 지는 날 선수나 감독 욕하는 사람들 글을 보다가 이게 다 뭔가 싶어서 끈다.
블라인드도 본다. 우리 회사 게시판에 뭐가 올라왔는지 볼 때도 있고 전 회사 리뷰 같은 것도 찾아본다. 아무짝에 쓸모 없는 짓인데 왜 보고 있지 싶다가도 그냥 습관처럼 들어가서 보게된다. 심지어 아무 글도 새로 리젠되지도 않았는데.
사파리에서는 디시인사이드도 본다. 삼갤이나 러닝갤에서 개념글만 골라서 눈팅한다. 수원블루윙즈 팬 사이트도 보고 에프엠코리아도 본다. 글 제목들 중에서 선뜻 누를 수 있는 글이 이제는 몇개 없다.
가끔 잠이 오지 않으면 아이엠샵이나 슬로우스테디클럽 같은 사이트를 구경하면서 사지도 않을 옷들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세일 메뉴에 뭐가 있는지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구경한다. 그러다 정말 가끔 살 때도 있는데, 인터넷에서 세일할 때 산 옷은 후회할 때가 많다.
하는 거 별로 없다고 했는데 나열해놓고 보니까 많네. 모든 일을 왜 해야 되는지 따지면서 살면 굉장히 피곤하겠지만 적고 보니 다 쓰잘데 없는 일이다. 그런 일에 반복해서 시간을 오래 쓰는 일도 피곤한 건 마찬가지다. 충동적인 소비를 하게 되는 건 덤이다.
전화기를 전화기 용도로만 쓰면 어떨까? 그럼 굉장히 불편하겠지. 그래서 편의와 생산성을 위한 앱 말고 나머지 앱들은 다 지우기로 했다. 금융 관련 앱, 회사 업무 관련 앱, 음악 듣는 앱, 그래도 야구나 축구는 봐야되니까 티빙이랑 쿠팡플레이, 배달 앱 정도만 남기고 모조리 지워버렸다. 인스타그램, 네이버 카페, 블라인드, 유튜브(뮤직 말고), 트위터, 스레드, 배달의 민족, 29cm 등… 다 지웠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는게 습관이 되어버려서 무심코 집기는 하는데 딱히 할게 없다. 그래서 다시 내려놓는다. 트렌드랑 멀어지는 건 아닐까? 인스타그램 스토리나 넘기고 있는다고 트렌디해지는 건 절대 아닐 것 같다. 몰라도 되는 것들, 안 봐도 되는 것들을 보느라 시간을 쓰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