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31일
나는 간만에 휴식을 가졌다.
간만에 휴식을 가졌다고 하기엔 바로 지난 주에 부산에 휴가를 다녀오긴 했지만 사실 이번주에 중요한 인터뷰가 있었고, 거의 7월부터 8월 내내 인터뷰 준비에 모든 정신이 쏠려 있었다.
간만에 휴식을 가졌다고 하기엔 바로 지난 주에 부산에 휴가를 다녀오긴 했지만 사실 이번주에 중요한 인터뷰가 있었고, 거의 7월부터 8월 내내 인터뷰 준비에 모든 정신이 쏠려 있었다. 이번주에 최종 인터뷰까지 끝냈고 이제는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진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인터뷰 자체도 아쉬움 없이 끝냈기 때문에 결과야 어떻든 후회는 없을 것 같다. 내 진심이 닿는다면 알아줄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어쩔 수 없다. 인터뷰라는게 그래서 어렵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일, 그런 일들이 하나의 점이라면 그 점들이 모여 만드는 커리어라는 선은 정말 개인의 의지로 그려나가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던 한 달이었다.
인터뷰를 무사히 끝낸 날, 선희가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나라면 그렇게 못했을 거라고. 이제 좀 쉬라고. 더 열심히 일하고 몰입하고 싶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그렇게 인터뷰를 준비했는데 끝내고 나니 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좀 이상하지만… 이번주는 긴장 상태를 풀고 조금 편한 기분으로 있으려고 한다. 인터뷰 준비하면서 도움 받은 감사한 사람들과 밀린 약속을 잡는다. 늦어도 다음주에는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도 계속 인터뷰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런 심란한 마음을 반영이라도 하듯 고장난 스크린. 8마일의 에미넴이 된 기분으로… one shot, one opportunity…

날씨가 덥고 쨍한만큼 해질녘 하늘 색깔은 아름다웠다.

아침의 빛을 받은 내 러닝화. 8월은 한달 내내 매일 뛰었다. 30일 하루만 제외하고. 뭔가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몸살이 난 건 아닌데 몸살이 날 것만 같은 이상한 조짐이 느껴져 괜히 꾸역꾸역 한 달 도전을 채우는 것보다 과감히 하루 쉬기로 한 것이다. 그래도 인터뷰 전까지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생활의 루틴을 최대한 깨트리지 않기 위해 매일 달리고 명상했다.
명상은 주로 위의 영상을 들으면서 했다. 아침에 긍정적인 문장을 직접 입으로 뱉는 것 자체가 멘탈에 꽤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결국 인터뷰에서 중요한 건 자기 확신이다. 된다고, 가능하다고 믿는 것 말고는 별 방법이 없다. 그래야 나 자신을 잘 세일즈할 수 있다. 갑자기 난데 없이 ‘내가 할 수 있을까?’, ‘다른 훌륭한 사람들이 지원해서 내가 밀리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무저갱에 빠져든다.

명상할 때 옆에서 앉아 있던 고양이… 나도 너처럼 볕이나 쬐면서 졸고 싶다.

선희랑 평일에는 퇴근하고, 주말에는 카페에 갔다. 선희는 일하고 나는 인터뷰 준비하고.

인터뷰 당일. 회사에서 혹시 멘탈 공격 당할까봐 연차 갈기고 집에서 마지막 준비했다. 아침엔 가볍게 3k만 달렸다. 점심은 동네에서 제일 좋아하는 식당에서 돈가스.

인터뷰가 모두 끝났다. 다음 날 출근한 회사에는 언제나 그렇듯이 뜬금 없는 간식이 놓여있다.

인터뷰 끝나고 나니 후련한 기분도 있는데, 이젠 더 이상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심란하다. 워낙 결과를 빨리 알려주는 곳이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심란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오랜만에 달리는 밤의 탄천. 이제는 밤에는 꽤 달릴만 하다. 날씨가 점점 풀리고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 읽기 시작. 확실히 예전에 읽으려고 시도했을 때는 너무 어려서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그땐 내가 나로 사는 것이 뭐가 어려운 일인지, 그게 뭐가 그렇게 소중한 것인지 몰랐을테니까.

지금 회사의 정말 큰 장점은 구내식당이다. 웃기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군대 시절에도 ‘급식’의 형태로 제공되는 식사를 좋아했다. 이걸 거르고 회사 근처 고만고만한 식당에서 2배의 금액을 지불하고 밥을 사먹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에 왔다.


추상화는 사이즈가 커야 멋지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다 쪼그려 앉아 사진 찍길래 뭔가 했더니 서도호님의 작품 <바닥>. 저 작품 위에 올라서보고 싶었다.
(실제로 이런 컷으로 작품이 소개되기도 했었다.)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만 쓱 둘러보고 나왔는데 에너지가 바닥이 되어 선희랑 <황생가>에서 급하게 탄수화물 섭취했다.


날씨랑 잔디 색감 너무 말이 안되네. 말차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행복해 보이는 선희.

국현미는 공간 자체도 멋진 곳이라 돌아다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림자 각도에 딱 맞춰 걸어가는 선희.




<올해의 작가상> 전시도 구경했다. 김영은님의 이 연작들이 너무 좋았다. 헤드폰 끼고 소리 들으면서 대형 스크린 영상 보는 방식으로 설계된 작품이었는데… 동시대적이면서 문제의식도 명확하게 느껴졌다.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너무 잘한다 감탄만 나왔다.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김창열님의 회고전도 좋았다. 화가는 생전에 ‘모든 걸 잊기 위해 물방울을 그린다’고 말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는다는 건 또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고통이 물방울이 되어 맺힌 것이다.

물방울 모티브를 발견하기 전 뉴욕 시절에는 이런 작품들을 그렸다고 하는데, 꽤 모던하다. 가운데로 시선이 집중되는 이 이미지의 형태를 작가는 내장(gut)이라고 불렀다.

멋지다. 너무 멋지다.

이런 너그러운 메시지 카드 쓸 수 있는 늙은이가 되고 싶다. 그리스인 조르바 마저 읽어야지.

일요일 아침. 8월의 마지막 날. 올림픽공원 10k 달렸다. 공원 입구 CU 직영점에서는 과일 스무디 바로 갈아 마실 수 있다. 마지막 2k는 이 스무디 생각하면서 뛰었다.

8월은 이렇게 마무리. 아직은 여전히 더워. 빨리 가을이 와서 선선한 공기 마시면서 뛰고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