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일

나는 빚을 진 기분이 들었다.

12월 31일.

12월 31일. 2024년의 마지막 날, 선희가 아파서 종일 집에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분위기도 흉흉하고 주말에 많이 마신 탓에 숙취도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라 집에 있으려고 했지만 완전한 자유 의지로 선택하는 것과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은 분명히 다른 것이었다.

종일 집에서 무기력하게 있는 내가 가여웠는지 선희가 잠깐 뛰고 오라고 해서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에 클라이밍장에 가서 온 몸을 펴고 싶기도 했지만 ‘뛰고 오라’는 ‘허락’을 다른 ‘용도’로 사용해도 될지를 물어보기에 좋은 타이밍은 아니었다.

대신 오늘은 2024년의 마지막 날이니 조금은 길게 뛰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목표 거리를 20km로 맞추고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날인 것과 길게 뛰는 것 사이에 사실 어떤 개연, 인과 따위는 없지만 그냥 괜히 그러고 싶었다. 내심 20k를 뛸 수 있다면 기왕 여기까지 온 거 1.2k를 더 달려 하프 거리 만큼 가보자고 생각했다.

마지막 3~4k 전까지는 천천히 천천히 뛰었다. 그러다 두 남자가 나를 앞질러 갔는데 괜히 그들과 거리가 더 벌려지는 것이 싫어서 페이스를 맞춰 속도를 냈다. 사실 14k 쯤부터 왼쪽 무릎 느낌이 안 좋아서 포기하지 않는 대신 천천히 뛰자고 생각했는데 두 불청객 덕분에 게임 플랜이 어그러졌다. (사실은 내 멘탈 문제다.)

대충 그분들은 510 페이스 정도로 달린 것 같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뛰고 있었을까?

가까스로 하프를 완주하고 벽에 반사된 2024년 마지막 해를 한참동안이나 쳐다보았다. 올해 나는 달리기라는 행위에, 언제나 내가 뛸 수 있도록 여기에 있어준 탄천에 많은 빚을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뛰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행복한 상상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내년에도 가능한 만큼 더 힘껏 달리기에 빚을 져야겠다. 그리고 갚지 않아도 되는 빚을 지는 배덕감과 즐거움을 최대한 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용님 퇴사 기념 파티(?)에 초대받았다. 형제상회 모듬회를 픽업해갔는데 다들 좋아하는 것 같았다.

빵이 있었더라면 간이 좋았을 감바스. 이 날 너무 마셔서 힘들었다. 이제는 숙취가 3일을 간다. 당분간 술 안 마셔야지…

선희랑 퇴근 시간이 대충 맞아서 가로수길에 갔다. 우리가 가로수길에서 가장 좋아하는 콴안다오(하지만 항상 위치와 상호명이 기억나지 않아 매번 검색하는데 애를 먹는다)

COS 들어갔다가 의외의 지출… 하지만 모자랑 튜닉(?) 모두 선희랑 잘 어울려서 만족스러웠다. 매장 직원 분 중에 한 분이 굉장히 친절하고 적정한 응대를 하셨다. (나는 사지 않았다)

이 기업의 구성원이라는 게 아직 어색하다.

옛 직장의 내 첫 번째 팀원인 승희가 회사로 찾아와서 같이 밥먹고 토크했다. 같이 일하던 동료, 특히 후배였던 사람들이 아직 나를 떠올려준다는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이다. 있을 때 더 잘했어야 했지만… 그때는 나도 너무 어리고 몰랐으니까…

크리스마스에도 뛰었다. 530을 유지하며 지속주 느낌으로 기분 좋았던 러닝

크리스마스 이브날 구내식당

이 날은 언제였더라… 들어오는 길에 선희랑 스타벅스에서 만났던 거 같은데

뛰고 나서 카레 먹으러… 토핑 몇개 좀 추가하니까 3억원 됨

올디스 타코 갔는데 난생 처음으로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하나씩 다 주세요’로 주문해봤다. 언젠가 스톤아일랜드 매장 같은 곳에서도 똑같은 대사해볼 수 있기를… (우리 다음 다음 손님으로 휴가 나온 군인 3명이 왔는데 우리보다 적은 메뉴를 주문했다…)

올디스 맥 타코 맛있었는데 빅맥의 타코 버전이었다. 맥도날드 대표도 인정한 수준이면 말 안해도 다들 아시죠…

타코 먹고 향한 곳은 헬카페 뮤직. 오늘도 매장에는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졌다. 2025년은 올해보다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