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4일
나는 1월의 첫 영화를 봤다.
1월에는 모든 행동이 조심스럽다.
1월에는 모든 행동이 조심스럽다. 별 생각 없이 한 것들이 자칫 올해의 첫 ‘OO’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처음으로 먹은 음식이 뭔지, 처음으로 본 영화가 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처음으로 읽은 책은 박상영의 <순도 100%의 휴식>이었던 게 떠오르는 걸 보면 뭔가 의미심장하다.
1월의 첫 영화는 <퍼펙트 데이즈>였다. 개봉했을 때 당시 일본 가고 싶다 병을 심하게 앓고 있었어서 치유차 강변CGV에 혼자 가서 봤었는데 넷플릭스에 등장해서 선희랑 같이 봤다.

두 번봐도 역시 좋았다.
1. 히라야마처럼 살고 싶다.
영화는 한참 동안 히라야마의 반복되는 루틴을 보여준다. 그런데 지겨운 삶 같이 보이진 않는다. 자세히 보면 그의 일상은 꼭 필요하고 좋아하고 소중한 것들로만 채워져 있다. 사람에게는 별 관심이 없고 불필요한 말도 거의 안한다. 영화에서 음악이 아닌 사람 목소리가 나오는 건 영화가 시작하고 한참 뒤다. 영화 보면서 계속 저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2. 히라야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영화는 히라야마의 과거사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몇몇 장면으로 짐작하게 하는데, 영화에서 의도적으로 상상할 수 있도록 남긴 여지가 아닐까 한다. 사람과 관계에 있어서의 태도, 일을 대하는 방식, 여동생과 오랜만에 만나는 장면들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거다.
여동생이 운전기사가 딸린 세단을 타고 나타난 것, 대화에서 드러나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보면 히라야마는 원래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 받았어야 하는 사람인데 어떤 이유로(사람과의 관계에서 큰 환멸을 느끼지 않았을까…) 지금의 삶을 택했고, 여동생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그런 사연이 아닐까… 그런 생각 했다.
뭔가 이런 사연에 대해서 ‘사실은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라고 설명했다면 좋았을까… 뭐 그래도 기본적으로 좋긴 좋았겠지만 여운은 많이 줄었을 것 같다.
3. 마지막 장면에서 감독은 야쿠쇼 코지(배우)에게 어떤 디렉션을 했을까?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이 진짜 멋있다. 배우 얼굴이 화면에 가득차는데 우는지 웃는지 모를 표정을 거의 3~4분 동안 짓는다. BGM은 필링굿(여러 가수가 부른 버전이 있는데, 나는 고등학생 때 매튜 벨라미가 부른 버전으로 처음 들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 배우는 저 장면에서 무엇을 표현한다고 생각했을까? 감독은 배우에게 어떤 주문을 했길래 이런 장면이 나왔을지 궁금해졌다.
배우와 감독은 히라야마의 인생, 영화에 묘사되지 않은 그의 생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것 같다. 내 생각엔 마지막 장면에서 히라야마가 그동안 살아왔던 삶을 표정으로 표현해보자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전반적으로는 슬픈 정서가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고 때로는 즐겁기도 하고… 그렇지 않나?
선희랑 영화 보고 대략 이런 이야기들을 나눴는데… 유튜브에서 해설을 찾아보다가 이동진과 야쿠쇼 코지가 인터뷰 한 영상이 있었다. 놀랍게도 2, 3과 정확히 같은 질문을 이동진이 배우에게 하고 거의 오피셜에 가까운 배우의 성실한 대답을 통해 정답을 알 수 있다. 궁금하면 보시길… 나는 보지 말고 내가 상상한 버전으로 영원히 알고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