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0일

나는 제주도에 갔다.

퇴사하고 뭐 할 거냐는 질문에 제주도나 갔다올까요, 라고 말하고는 퇴사 이틀 전 저녁에 마일리지로 티켓을 예매했다.

퇴사하고 뭐 할 거냐는 질문에 제주도나 갔다올까요, 라고 말하고는 퇴사 이틀 전 저녁에 마일리지로 티켓을 예매했다. 아내 선희와 둘이서는 5년 만에 제주도에 다녀왔다.

꽤 이른 오전에 출발인데, 김포공항까지 가는 공항 버스가 동네 정류장까지 안 와서 지하철을 타고 갔다. 다음엔 차라리 장기 주차해서 차로 가야지 생각했다. 나이가 드니 점점 편해지고만 싶다.

제주 공항에 내려서 렌터카를 찾고 D&Department에 갔다. 원래 이솝 매장이 있었던가? 프라이탁, 메쉬커피(성수동의 그 메쉬) 같은 매장이 많이 생겨있었다. 건물 외부의 식물 스타일링이 멋졌다. 팔레트와 철조망으로 저렇게 러프하게…

ABC 베이커리 여전히 멋지다.

숙소가 성산쪽이라 꽤 거리가 있다. 점심먹으러 제주시청 근처 라스또르따스에 왔다. 역시나 웨이팅…

달고기로 만든 생선 타코가 제일 궁금했는데 솔드아웃이었다. 까르니따스랑 곱창 타코랑 까마로네스 먹었다. 또띠야가 고기 기름에 적셔져서 좋았다.

숙소 도착… 일출봉 굿

호텔 액티비티로 야간 오름 트래킹이 있길래 신청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용눈이 오름에 올랐다. 용눈이 오름이 처음은 아니지만 깜깜한 밤에 오름을 타보는 것은 처음이라 신기한 경험이었다. 오름 트래킹을 가이드해주신 아록님에게 주변에 가볼만한 스팟 몇군데를 추천 받았다.

다음 날 아침, 성산읍 체육 공원 테니스장에 라켓을 들고 갔다. 호텔에서 차로 10분 거리였고 예약 시스템이 있었지만 여차저차하여 그냥 워크인으로 방문. 로컬 테니스 클럽 분들이 운동하고 계셨는데 외지에서 왔다고 하니 기꺼이 코트 한 면을 내어주셨다. 같이 복식 게임도 하면서 한수 배웠다. 마침 이 날 제주대 테니스팀을 지도하신다는 코치님이 오셨는데 운 좋게도 30분 정도 그룹 레슨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그녀의 타코 사랑. 수킹 타코바에 왔다.

수킹 타코바는 바다가 보이는 멋진 매장이었다. 타코나 부리또 비주얼, 맛 다 너무 좋았다. 제주도에서도 좀 외진 곳에 있어서 그런가, 이런 집이 왜 많이 안 알려진 것인지 궁금했다.

아록님이 알려주신 구두미 포구로 왔다. 꽤 거리가 있었는데 너무 멋진 곳이었다. 영화 그랑블루 초반에 나온 바닷마을처럼 동네 아이들이 다이빙하고 헤엄치고 노는 모습만 봐도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곳이었다. 물이 약간 깊었지만 깨끗해서 바다 수영도 실컷하고 태닝도 했다. 테니스 자국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침엔 또 테니스, 두 번 뵈었다고 반가웠던 어르신들. 언젠가 제주도로 이사 와서 성산 테니스 클럽 회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테니스 치고 땀 흘렸으니 바다 수영. 어딜 가나 너무 멋진 하늘. 제주도 테니스장은 샤워장이 필요 없네.

선희랑 유민미술관에 왔다. 몇달 전에 나 없이 가족 여행으로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미술관 건물이 너무 멋지다고 다음에 제주도 같이 가면 꼭 보여주고 싶다고 했었는데 알고 봤더니 그게 유민미술관이었고 안도타다오 선생의 작품이었다는 사실. 선희 멋져.

구획이 나누어진 정원부터 벽을 타고 흐르는 분수, 안도타다오의 시선을 보여주는 파인더,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의도된 복잡한 내부 동선… 멋지다, 멋지다, 하면서 건물에 대한 이야기 한참 나눴다. 홍진기 회장의 유리 공예 수집품도 너무 멋졌지만… 건축이란 얼마나 위대한가 새삼 느꼈다. 마침 여행하면서 읽은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도 건축가 이야기여서 쫌 과몰입한 것 같기도 하지만ㅋㅋ

꼭 여행 마지막 날 공항 가기 전에 먹고 싶어지는 맥도날드

김포공항에서 짐 찾으면서 본 갤럭시 워치 캠페인 너무 직관적이고 쨍하고… 성수기 시즌인데 공항 옥외광고 너무 비어 있더라. (나는 뭐하고 살아야 하나ㅋㅋ)

거의 5~6년 만에 선희와 같이 온 제주도 너무 즐거웠고, 돌아오는 길 너무 아쉬웠고, 오버투어리즘 전혀 느낄 수 없었고… 도시를 벗어난 삶에 대한 열망 더 강해진 여행이었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와 근 일주일 몸살 앓았다ㅎㅎ 아침 테니스치고 바다 수영으로 쿨다운하는 패턴이 너무 무리였나보다. 늙었어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