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2일
뉴발란스 860 v14
무릎이 약간 아프려고 하는 느낌이 있었다.
1. 뉴발란스 860 v14
무릎이 약간 아프려고 하는 느낌이 있었다. 아픈 느낌도 아니고 아프려고 하는 느낌은 뭐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있다. 아프려고 하는 느낌. 아프진 않지만 이대로 두면 아파질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그 느낌의 적중률은 꽤나 높아서 무시하면 높은 확률로 아파진다.
지금 가장 자주 신는 러닝화는 아디다스의 EVO SL인데, 너무 재미있는 신발이다. 카본화는 아니지만 반발력이 좋고 오래 뛰어도 그 느낌이 유지되는 좋은 신발이다. 다만 안정화에 비해 내측 지지력은 아쉽고 가벼운 신발이라 뛰다보면 과회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무릎에 무리가 간다는 느낌이 분명히 전해지는 신발이기도 하다.
반면 뉴발란스 860 v14(2e)는 디자인도 그렇고 달리는 느낌도 심심하고, 무거운 신발이지만 사실 내 인생 러닝화가 뭐냐고 묻는다면 860 v14라고 말할 수 있다. 260 사이즈에 약간 넓은 발볼인 2e를 구매하면 발에 딱 맞는다. 내 발에 이렇게 딱 맞는 신발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맞는다. 그리고 안정화에 대한 이해를 명확히 한 상태에서 처음 접한 안정화라는 것도 나에게는 의미가 있다. 사실 그동안 내가 과회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 과회내가 정확히 어떻게 동작하는 것인지, 안정화가 어떤 도움을 주는 것인지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꽤 오랜 시간 안정화를 신었고, 안정화는 단지 재미없는 신발이라는 생각만 했었다.
브룩스의 아드레날린, 아식스의 젤큐뮬러스 등이 내가 지금까지 신었던 안정화 계열 러닝화인데... 발 안쪽을 받쳐주어 발목부터 무릎까지의 회내 운동 시 뒤틀림을 잡아주는 것이 안정화의 진짜 기능이라는 것을 모르고, 무겁고 느리다고만 생각했다. 뉴발란스 860 v14는 안정화와 회내운동, 부상 방지 등에 대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던 시기여서... (그때 백수였다) 그걸 이해하고 신발을 접하니 너무 좋고 편한 신발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신발은 죄가 없고 나의 지식이 문제였던 것 같네...
오늘 860을 오랜만에 신고 뛰니 무릎이 아프려고 하는 느낌 조차 들지 않았고, 쾌적하게 뛰었다. 아침은 조용하고 예전보다 뛰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러너들은 대부분 조용하고 묵묵히 자기 내면에 집중하는 사람들이다. 가끔 요란하게 음악을 틀고 페달을 밟는 자전거맨들이 있지만... 아침의 탄천은 터벅터벅 러너들이 발 구르는 소리와 새가 지저귀는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곳이다. 새 소리에 집중하고 싶어 달리는 동안 이어폰을 잠시 빼서 주머니에 넣었다. 눈을 감고 달릴 수 있다면 새 소리가 더 잘 들릴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달렸다.
일요일에는 860 신고 탄천을 뛰었고, 토요일에는 evo sl 신고 올림픽 공원 뛰었다. 탄천과 올림픽 공원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이 동네에서 누릴 수 있는 축복인데... 즐길 수 있는 동안 최대한 즐겨야지. 탄천과 올림픽 공원에는 벚꽃이 줄지어 피어 있지는 않지만 내 눈길을 멈추게 만드는 봄의 장면들이 있다. 예를 들면 위에 올린 사진 같은... 석촌호수에는 인파가 몰려 다들 같은 방향으로 석촌호수를 걷던데...
벚꽃 터널은 예쁘지만... 저 사람들만 봐도 난 숨이 잘 안 쉬어지는 느낌인데 어딘가 기이하다. 조용한 아침의 탄천과 올림픽 공원은 축복이다.
2. 조용한 곳에서 크게 음악 듣기
설날에 대구 KBS(카페 이름)를 다녀온 후로 조용한 곳에서 크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너무나도 간절해져서, 헬카페 뮤직(카페)도 몇번 가고, 그래픽 바이 대신(만화책 보는 곳)도 가봤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음악 소리는 줄고 사람들의 말 소리는 커져서 공간의 매력은 처음 내가 알던 시절보다 너무 작아져버린... 내가 느끼기엔 그냥 평범한 곳이 되어버렸다. 조용한 곳에서 사람들의 말 소리나 소음 없이 음악 듣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생각보다 정말 없다. 집에서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옆집 사는 분들이 신경쓰이기도 하고, 집에 있는 스피커가 만족스럽지 않기도 하고...
우연히 강동구에 음악 감상하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가장 빠른 주말 예약 가능한 시간을 찾아 예약하고 일요일 낮 1시라는 애매한 시간에 공간을 방문했다. 정시 입장 가능하고, 말 없이 음악 듣는 공간이고 물이나 탄산 음료, 무알콜 맥주 등은 판매하고 있었으나 술은 인당 5천원씩 내고 반입 가능한 것이었네.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것들을 보니 병에 들어 있는 술은 보관도 해주는듯.
어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인지는 딱히 나와 있지 않고, 인스타로 봤을 때 특별히 음악 장르에 대한 제약이 있는 것 같지 않아 오히려 불안한 마음이 더 컸다. 아무 신청곡을 그냥 틀어주는 방식이라면 같은 시간대에 예약한 모르는 이의 음악 취향에 따라 경험이 크게 달라질텐데... 공간을 한바퀴 둘러보니 LP 보유량이 꽤 상당했고, 사장님이 음악도 굉장히 다양하게 듣는 편인 것처럼 보였다. LP들 중에 면이 내보여져 있는 앨범들 중 내가 아는 앨범들은...
- smashing pumpkins - siamese dream
- 김정미 - now
- 디안젤로 - 블랙메시아
- azymuth - telecommunication
- 크루앙빈 앨범 다수... 맥디마르코 앨범도 다수...
이런 앨범들이 있길래... 틀어줄 법한 노래들이랑 내가 평소에 큰 볼륨으로 들어보고 싶은 음악들을 적절히 섞어서 신청했다. 확실히 음악은 크게 들어야 한다. 선희가 키린지 노래 아무거나 신청해달라고 해서 aliens를 신청해서 들었는데 이 노래가 이렇게 섬세하게 만들어진 노래였는지 처음 알았다. 사실 제일 크게 들어보고 싶은 노래는 dijon의 yamaha 였는데... 안 틀어주길래 요즘 음악은 별로 안 좋아하시나 했는데 제일 마지막 곡으로 틀어주셔서 감동적이었다. 진짜... 크게 들으니까 너무 좋았다. 눈물 살짝 흘릴 뻔했다. 정말로.
다음에... 여름쯤에 와인 엄청 시원하게 해갖고 친구들이랑 돈 걷어서 한 3시간 정도 음악 들으면서 술 마시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에어컨 세게 틀어놓고... 너무 좋을 것 같은데?
3. 집 꾸미기
이번 주 내내 일하면서도 문득문득 어떤 공간을 갖고 싶은지, 새 집에는 어떤 물건들이 들어가면 좋을지 생각해보는데 가구나 공간에 대해서 정말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옷을 입는 것이나, 음악 듣는 것, 영화 보는 것 모두 마찬가지인게 처음엔 이것저것 시도해보다 자기가 추구하는 멋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점차 방향을 잡아가게 되는 것인데... 공간은 사실 그동안 멋진 곳들을 꽤나 드나들어왔다고 생각하는데도 막상 내 공간을 균형감있게 만들어나간다는 것이 너무너무 어렵고... '오늘의 집' 같은 걸 봐도 마음에 드는 공간이 하나도 없어 결국엔 이것도 내가 하나하나 대가리 깨져가며 하나하나 만들어야 하는구나 싶어 아득하기만 하다.
일단은 가구들은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것들을 봤을 때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지 계속 살펴보는 중이다. 일단은 금액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어떤 것들이 멋진지 감을 잡는다는 느낌으로 멋진 가구, 조명을 닥치는대로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오늘은 선희에게 내가 생각하는 공간의 레이아웃을 설명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사실 거실에 무엇을 놓을지, 침실 외 나머지 방 한 칸은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선희랑 계속 의견이 분분했는데... 오늘 그림까지 그려 설명한 끝에 겨우 방향을 잡게 된 것 같다.
새로운 집에는 어떤 음악이 나오고, 어떤 향이 날까. 아직 시간이 좀 남았고, 그 사이에 해결할 문제들도 있고, 가락동을 떠나기에 아쉬운 부분들도 분명히 있지만... 그래도 오롯한 내 공간을 갖는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이건 접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