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17일

정직함에 대하여

2주동안 몸살을 앓다 겨우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2주동안 몸살을 앓다 겨우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반환점을 돌아오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몸이 덜 회복된 것인지 2주간 운동을 게을리해서인지 숨은 평소보다 가빴고 허벅지 근육도 힘겨웠다. 달리기도 정직한 운동이구나.

클라이밍을 할때 많은 클라이머들이 하던 얘기가 클라이밍은 정직한 운동이라는 것이었다. 훈련한 만큼 퍼포먼스가 좋아지고 게을러지는 만큼 나빠지는 운동. 대부분 후자의 경우를 겪을 때 그런 말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정직한 운동이라는 말을 가만 생각해보니 그럼 정직하지 않은 운동이 있나? 이상했다. 모든 운동은 사실 정직하다. 탑 클래스 선수들은 모두 연습벌레들이다. 다만 정직하다고 느끼는 정도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 정도의 차이는 퍼포먼스(혹은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서 온다. 시간과 노력을 제외한 다른 외부 요인들이 많이 개입될 수록 덜 정직하다고 느낀다. 그런 외부 요인들을 하나로 아도치면 사실 ‘운’이기 때문이다. 공은 둥글다는 말처럼 구기 종목에서는 꼭 잘하는 팀이 100% 이기진 않고 그 반대도 아니다.

운이 작용해서다. 그에 비해 달리기는 운이 좋다고 하프를 완주할 수 없고, 운이 좋아서 풀코스를 3시간대에 들어올 수 없다. 그래서 정직하다고 느낀다. 운도 미덕이지만 때로 그것이 시간과 노력을 앞지르기 때문에 불공정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어떤 운동은 덜 정직하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정직은 미덕인가? 꼭 그렇진 않다. 추구할 수 있는 방향성 중 하나다. 하루에 8시간씩 근로소득을 모으는 사람도 있고, 매주 로또에 기대를 거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도 비난할 수 없다.

정직은 할 수 있는 것을 묵묵히 하는 것이다. 달리기를 잘하고 싶거나 골프를 잘 치고 싶다면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방법밖엔 다른 게 없다. 운이나 다른 요소는 그저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정직하다고 할 수 있는 게 세상에 많지 않다. 달리기? 클라이밍? 정직한 2차 방정식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하는 일만해도 각종 문제들이 더럽게 꼬여 있는 n차 방정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결국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다. 운도 확률이어서 많은 시도와 고민을 해야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확률이어서 꼭 그렇지도 않다.

정직은 귀하다. 이건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정직한 사람이 좋고 정직한 운동이 좋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사람을 응원하고 싶다. 회사에서도 그런 간절함이 있는 동료를 존경하게 된다.

최근에 스타트업씬에서 ‘힙한’ 커뮤니티가 논란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나고 무기력함을 느꼈다. 나야 특별히 그 커뮤니티에 몰입했던 건 아니지만 스타트업에서 커리어 성장을 꿈꿨던 주니어들이 얼마나 좌절감을 느꼈을까 싶어서다. 성장에 있어 좋은 팀과 리더를 만나는 건 운이지만 노력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라 믿었던 그들이 제발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운이 좋아서 얻게 된 작은 것들이나마 그런 귀한 사람들에게 운으로 다시 돌려줄 수 있어야겠다고, 그러려면 내가 노력을 더 해야겠다고 뭐 그런 생각을 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