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10일

내 공간을 갖는다는 것

마음에 드는 공간을 갖는다는 건 꽤나 흡족한 일이다.

이번 주에 느낀 건데, 쉬는 것과 노는 건 너무 다르다. 연휴 동안 잘 쉰 게 아니라, 너무 돌아다니고 콘텐츠 소비도 너무 많이한 나머지 수, 목, 금요일만 출근했는데도 너무 피곤했다. 생산성도 별로였다. 하고 싶은 것 실컷 하고 나면 기분도 좋아지고 컨디션도 올라오던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확실하게 쉬어야 한주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1. 홈페이지 만들었다

연휴 막바지에 지금 보이는 이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네이버 블로그, 이글루스, 티스토리, 텀블러, 미디움, 슬래시페이지 등 온갖 블로그 플랫폼을 오랜 시간 동안 대세를 피해 사용해왔지만 에디터 경험면에서나, 템플릿 디자인 면에서나 온전히 만족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연휴 마지막날 충동적으로 바이브코딩으로 홈페이지나 만들어볼까… 해서 약 6시간 정도 Codex와 씨름해서 초안을 만들고, 조회수나 유입 경로를 알 수 있는 대시보드 페이지도 붙였다.

결과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럽다.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에디터도 아주 쾌적하다.

툴과 디자인

  • 코딩 툴은 Codex와 ChatGPT만 사용했다. 대부분 Codex로 작업했고, ChatGPT는 왼쪽 상단 내 이름으로 된 로고 아이데이션하고 이미지로 구현하는데만 활용했다.
  • 로고는 최대한 디자인 없이 텍스트만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심플한 형태로 보이길 원했고, 알파벳을 변형한다거나 특별한 장식 요소를 모두 배제했다.
  • 다만 각각의 알파벳에 일정한 간격을 두어 리듬감을 만들려고 했고, 내 이름을 알파벳으로 쭉 나열하면 가운데 위치하게 되는 ‘o’를 사이에 두고 나머지 글자들이 양 옆으로 균형감 있게 보이도록 했다.
  • ‘o’는 그런 의미에서 파비콘, 다크모드와 라이트모드를 전환하는 버튼 등 이 홈페이지에서 대표성을 갖는 요소에서 쓰여지도록 의도했다.
  • o의 윗부분을 살짝 벌어지도록 해서 디자인한 느낌을 더할까 하다가 u처럼 보이기도 하고 조형적으로 안정감도 떨어져서 안하기로 했다.
  • 다만 홈페이지 버튼에 있는 o는 자세히 보면 1px 정도 벌어져 있는데, 약간 스위치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하고 내 눈에만 보이는 고민의 흔적처럼 보이는 게 나쁘지 않아서 일부러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노션으로 구현한 에디터

  • 에디터는 노션을 활용했다. 노션 데이터베이스에 작성한 글과 플레이스 홀더들을 토대로 글이 발행되도록 했다.
  • 토스 팀에서도 블로그를 이런 식으로 구현하고 있는데 합리적이고 똑똑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노션 수준의 에디터를 실제로 구현한다면 잘해봤자 노션 정도의 경험, 높은 확률로 노션 이하의 경험을 제공하는 에디터가 나올텐데 그냥 노션을 쓰고, 프론트에서 브랜드 다움을 보여주면 되는 거니까.
  • 노션에서 제목, 부제목, 글 내용과 URL slug 태그 뿐 아니라 일기라는 콘텐츠 특성을 고려해 발행 여부, 리스트 노출 여부, SEO 적용 여부도 선택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백엔드, 프론트, 도메인

  • 백엔드는 노션에 구현해두었고, 프론트는 vercel로 구현했다. 둘 다 무료 플랜으로도 충분히 구현이 가능했다. 프론트는 뭐고 vercel은 뭔지 사실 몰라도 된다. codex가 다 해준다.
  • 도메인은 .com으로 가비아에서 구매했다. 2년 사용에 4만원 좀 넘게 들었다. 닷컴 말고도 여러 도메인 옵션이 있었지만… 그래도 가장 근본있어 보이는 .com을 쓰고 싶었다.
  • 그리고 운영 대시보드는 보안을 위해 구글 로그인을 붙여 내 계정으로만 로그인할 수 있도록 했다.

2. 굿즈 만들었다

앱인토스 굿즈 만들고 싶은데 좋은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서 한동안 진행 자체를 못하고 있다가, 양재동 나가오카 겐메이 형준님과 이야기 하다가 ‘vibe human’이라는 워딩이 떠올랐다.

휴머니즘 한스푼 섞인 바이브 휴먼… 아이디어가 처음 나온 순간(밤 10시에 퇴근 안하고 저런 소리 하고 있었네…)

gpt랑 시안 작업 시작… 아마 인간 디자이너였다면 내가 죽거나 그분이 죽거나 둘 중 하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수준의 마이크로한 수정 요구를 거쳐 로고 완성하고…

티셔츠, 스티커팩, 키캡 키링 완성. 플랫폼이나 기술, 지식의 제약 없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구현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바이브 휴먼이라 하고, 앱인토스는 그들을 위한 플랫폼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아봤다.

홈페이지랑 굿즈 만들면서 느낀거 3가지

  1. 꽤 오랜 시간 동안 개발자, 디자이너와 협업하면서 그들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던 일을 해온 것이 바이브코딩에 매우 도움이 됨
  2. 개발자, 디자이너에게 뭔가 아쉽지만 너무 사소하거나 내 취향 문제 같아서 말 못하는 것도 솔직히 있었는데, 마치 내 뇌의 확장 같은 codex에게 가학적으로 사소한 수정을 바로바로 요청해 반영하는 과정에서 쾌감마저 들었다. 내가 원하는 걸 온전히 내가 원하는대로 만든다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이라니.
  3. 내가 가장 만족하는 결과물은 결국 내가 만들었을 때만 만들 수 있다. 동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동안 만든 크고작은 결과물들이 온전히 마음에 든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내가 혼자 다 하니까 너무 만족스럽다.

3. 주말에 가본 곳

약수동 미래빌딩 다녀왔다. 공간 너무 멋지고 기획도 좋고 라운지에 임스체어도 있고 좋았는데 정작 메인 콘텐츠인 로우클래식이 만드는 옷이 너무 재미가 없어 공간 전체의 매력과 재미도 반감되는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카키스 같은 곳이 이 공간 활용했더라면 훨씬 더 잘 풀었을 것 같다.

을지로 평균율 다녀왔다. 청음실이라고 써붙이면 안 될 것 같다. 음악 볼륨 너무 작고 사람들 너무 시끄럽게 떠든다. 청음실이라 할 수 없는 게 창문도 아예 열어놓고 있어서 건물 1층 올디스타코에서 트는 음악까지 다 새어들어온다.

음료 가격은 청음실 수준으로 받던데, 하다못해 카펫이랑 장식장 먼지 청소라도 주기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햇빛 비치는 곳마다 먼지가 뽀얗게 이는 것이 눈에 보여서 도저히 앉아 있고 싶지 않았다. 먼지 때문에 코도 막히는 기분이었다.

아사시 다녀왔다. 깨끗하고, 응대 적절하고 음악도 좋았다. 음료도 맛있었다. 티는 차갑게 마시니까 칵테일처럼 복합적인 맛이 났다. 다른 손님들과 간격이 가깝지만 그러니까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져서 좋았다. 블렌드 티백도 사서 왔다.

나오면서 사장님한테 진주의 사가라상에게 소개받고 와봤다고 하니까 너무 재미있어했다. 사장님도 진주 르몽트뢰 너무 좋아서 몇번 찾아갔다가 그들과 아세티크와 인연이 되어 아사시도 열게 되었다고. 사람 인연이라는 게 신기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