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9일
요즘 사람들
요즘 사람들 정말 많이 뛴다.
요즘 사람들 정말 많이 뛴다. 매일 민소매 차림으로 탄천을 달리는 진짜 마라토너 형님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재작년까지만 해도 내 주변에 뛰는 사람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달리는데 내 달리기는 요즘 멈춰있다. 한때 450, 430을 어떻게 뛰었는지 모르겠고, 하프마라톤을 무슨 정신으로 달렸나 모르겠다. 가끔 집밖을 나와 5k만 뛰어도 이쯤할까 싶고, 다음날 허벅지가 뻐근하다. 종아리 아래 발목 위가 잔뜩 올라온다. 뭔지 아시죠.
내가 한참 달릴 때 사람들은 왜 뛰냐고 물었다. 그렇게까지 뛸 이유가 뭐냐고 했다. 딱히 이유 같은 건 없는데… 뭐라도 대답해야 할 것 같아서 적당한 이유를 말했던 것 같다. 마음 속으로는 왜 저런 질문을 할까 생각했다. 그들도 나를 이해 못했을 것이다. 딱히 이해하고 싶어서 그런 걸 물어본 것도 아닐 거고. 어차피 사람들은 저마다 섬이다.
인스타 스토리에서 뛰는 사람들의 사진을 한장씩 넘겨보다 보면 그들이 뛰는 뒷모습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 이상한 기분이 든다. 내가 그렇게 같이 달리자고 할 땐 안 뛰던 친구들이 하나 둘 씩 서울 마라톤에 나가니 배신감이 드는 건가? 그런건 아닌데, 퓨즈가 내려간 전등처럼 무기력하다.
다시 뛸까? 잘 모르겠다. 요즘 사람들 많이 뛰니까 괜히 편승하기 싫은 그런 기분은 아닌데, 조금 남들 뒷모습 바라보는 시간이 뭐 나쁜가. 필요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싶다. 나도 탄천에서, 불광천에서 내 뒤통수 깨나 보여주고 뛰어 다녔으니까. 선캡으로 얼굴을 가린 어머님들은 내 뒤통수에 딱히 관심 없었지만…
뛰면서 체감하는 인생의 느낌 같은 게 있다면 오르막 다음엔 내리막 그리고 또 오르막, 그러다 평지. 내리막은 쉽게 내달리지만 오르막은 짧아도 힘들지. 오르막을 오를 때일 수록 마음의 여유 찾아야지. 600으로 530으로 뛰면서 천천히 거리를 늘려가야지. 뛰는 게 재미있다고 처음 느꼈던 그때처럼 감각을 서서히 찾아가야지. 허벅지 통증 느끼고 즐겨야지. 충분히 뛰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또 달려야지. 요즘 사람들 좇아서 뛰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