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8일
집에 대한 생각
서울에서 살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꽤나 마음이 황폐해지는 일이다.
서울에서 살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꽤나 마음이 황폐해지는 일이다. 최근 10년 간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 때문에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가격의 집들을 지도에서 골라내는 일부터, 아무리 봐도 별 차이가 없는 아파트를 둘러보러 다니는 일, 가격이 나눠지는 것에는 조금의 우연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아무리 계산해봐도 초라하게만 느껴지는 예산(이지만 내가 아직 만져본 적도 없는 금액의)을 마주하는 일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더 황폐해지기 전에, 우리가 알거나 좋은 기억이 있는 동네의, 둘이 지내기에 너무 좁지는 않은, 출퇴근 거리가 너무 멀지 않은 곳이 있다면 큰 고민 없이 결정하려고 한다. 사실 이것저것 따지고 재는 것이 명확히 맞는 일이지만 사실 그런 생각에 능숙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혹은 귀찮아서 하는 성급한 결정을 합리화하기 위한 몇가지 생각들을 정리해본다.
- 집으로 자산을 증식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없다 이 관점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이제와서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내 예산으로 가능한 집들을 보면 볼수록, 이 범위 안에서 하는 결정이 크게 잘 될 수도, 크게 망할 수도 없겠다는 안도감이 드는 부분도 분명 있다. 애초에 집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온전한 내 공간을 갖고 싶기 때문이 가장 크다. 임시로 머무르는 타인 소유의 공간이 아닌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자,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울 수 있는 내 공간을 이제는 가져보고 싶다는 소유욕 같은 것...
-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1.의 관점에서 비롯된 결정이므로 사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와 선희의 선호 정도다. 특히 선희 의견을 많이 따르려고 한다. 어떤 동네에 있는 어떤 집을 가질 것인지 선희가 결정하고 만족한 거라면 어차피 마음에 들어서 한 결정이니 후회는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 얽매이지 않기 위해, 자유롭기 위해 살아야 한다 그럼 그냥 아무 곳의 아무 집이나 부담 없는 곳으로 사면 되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도 많이 해봤다. 사실 꼭 아파트가 아니라면 금액적으로나 공간의 만족 차원에서 선택지는 더 많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굳이 아파트를 사려고 하는 것은 얽매이고 싶지 않아서다. 가까운 미래에 집을 팔고 싶거나, 옮기고 싶거나, 혹은 다 정리하고 외국으로 떠나고 싶을 수도 있다고 충분히 생각하는데 그럴 때는 규격화 된 상품인 아파트가 적합할 것 같다. 집이 안 팔려서 마냥 머물러 있게 되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