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5일

내가 자주 쓰는 말

좀 이라는 말을 좀 많이 쓴다는 걸 깨달았다

이번 주에는 술을 마시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월요일에 행정복지센터와 은행을 오갈 일이 있었는데 집 근처 그 장소들을 왔다갔다 하는 동안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 특별히 나를 힘들게 한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기분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던 거다. 물론 민원 서류 발급기는 발급하는 서류에 따라 카드 수납이 불가능하고 현금만 받는다는 점, 겨우 현금을 바꿔왔더니 천원짜리만 사용 가능하다고 하는 등… 조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지만 내 기분은 특별히 그것 때문에 나쁜 것은 아니었다.

누구한테든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누구한테나 할 수는 없어서 중훈이한테 기분 최악이라고 말했더니 술 그만 마시라는 답장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안 좋겠지? 아무래도? 매일 술 마시는 친구의 말이니까 신빙성 있겠다고 생각했다.

월요일 러닝, 딱 그늘 끝나는 지점까지 달리고 미련 없이 출발 지점으로 돌아간다. 그늘이 늘 일정한 장소에 생기는 것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은행에서 분명히 서류 저것만 있으면 된다고 했는데, 가족관계증명서와 혼인관계증명서도 갑자기 가지고 오라고 해서 한번 더 행정복지센터의 천원권 지폐만 받는 기계랑 씨름했다. (지문으로 본인 인증해야 하는데 한번에 잘 안 찍힌다)

월요일 은행 업무 끝내고 입맛 없어서 서브웨이 먹었다. 트레이 위에 올려진 음식들을 보는데 ‘무성의’라는 개념을 먹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플레이팅하면 이런 모양이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 사진 찍었다.

화요일 아침은 조금 피곤했는데, 그래도 뛰었다. 6월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수요일부터 날씨를 보니 비가 언제 올지 몰라서 뛰고 싶어도 못뛸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무엇보다 기분이 안 좋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수록 뛰는 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6월은 월 초중반까지 듬성듬성 뛰었고, 가장 장거리를 뛴 게 12km 남짓이었지만 중반 이후 거의 매일 열심히 달린 덕분에 130k 채울 수 있었다. 이정도면 나쁘지 않고… 내 달리기는 점점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건 달리기를 잘 하거나 못 한다는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다.

이번주 내내 들은 찰리 메기라(이렇게 읽는 게 맞나? 메히라인가?)의 음악, 히브리어여서 한 글자도 읽을 수 없고 GPT한테 번역해달라고 해서 봤는데 저 제목 또한 고유명사와 영어 표기가 합쳐진 제목이어서 뉘앙스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음악은 좋았다.

선희가 갑자기 러닝 같이 하고 싶다고 해서 천천히 1.5km 뛰고 돌아오는 길에는 나는 뛰고, 선희는 자전거 타고 나를 따라왔다. 최근에 부쩍 운동 열심히 하면서 다시 달리기도 하고 싶어진 것 같은데 같이 달리기 하면 좋지. (하지만 이날의 러닝이 선희의 이번주 마지막 아침 러닝이었다)

하하 그리고 따릉이는 제대로 반납처리가 되지 않아서 내가 출근길에 다시 따릉이 세워놓은 곳으로 가서 반납하고 출근ㅠ 그런데 생각해보니 어차피 따릉이 초과 요금 나올거 그냥 좀 더 탈까 싶어서 반납 안 된 따릉이 타고 두 정거장 정도 더 타고 가서 버스 탔더니 기분 좋아졌다…

아 그리고… 이날 사진이 없는데 퇴근 시간에 비 엄청 내리길래 상우님이랑 그냥 집에 가자 이러고 일찍 나왔다가, 잠실 가서 맥주 마실래요? 콜! 이렇게 돼서 이번주 금주 결심은 깨졌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맥주도 많이 마시고… 집에 가는 길에 카카오 전기자전거 탔는데 너무 신나서 소리 질렀다.

하루 달리기 쉬고 금요일. 5km 뛰고 출근했다. 달리기 하며 딱히 찍은 사진이 없어서 주말에 mk2에서 찍어 놓은 꽃병 사진으로 인증했다. 꽃꽂이나 화병 같은 기물에 요즘 관심이 많이 간다.

프리츠한센의 이케바나 화병… 그래서 갖고 싶은데 선희한테 말했다가 반려당했다.

ㅋㅋㅋ 홍명보를 석방하라!

전날 상우님이랑 술먹으면서 이것저것 많이 먹어서 점심 때는 클린하게 먹고 싶어서 자빈님이랑 피핌 먹었다. (클린한 거 맞죠?) 여기는 올 때마다 양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 같다.

kbs 사장님이 전에 내가 보여드린 러버가드 책자 스토리에 올리셨네ㅋㅋ

금요일 퇴근하고 식단 중인 선희와 같이 타코 먹으러… (선희는 식단 중이어서 대부분 내가 먹었다)

밥먹고 집에 와서 영화 보고 싶어서 정말 오랜만에 넷플릭스로 아이엠러브 봤다. 틸다스윈튼 저렇게 젊고 우아했었나. 처음 봤을 때는 중년의 위기 겪고 있는 그런 인물로만 보였는데, 이제 영화를 다시 보니 젊고 우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슬펐다ㅠ 스토리도 잔잔한듯 하지만 자극적이어서 집중해서 봤고, 영상을 너무 아름답고 야하게 잘 찍는 감독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토요일에는 새벽에 눈 떠져서 다시 잠 못들었고, 아르헨티나 축구 보고 나서 무기력하게 오전 내내 잠만 잤다. 3시에 상파울루 예약이어서 오랜만에 차끌고 갔다. 차에서 음악이나 크게 틀어놓고 가고 싶었다. 갑자기 rocky raccoon 생각나서 한참 듣다가 연관된 음악 추천되는 것들 따라가다 보니 좋은 노래 많이 들었다. 유튜브 뮤직 알고리즘이 엄청 좋은데로 잘 데려다 줄 때가 정말 가끔 있는데 이 날이 그런 날이었다.

상파울루는 이제 너무 오랜 시간 같이 보내서 형님하고도 너무 편하고… 그분도 나에 대해 사실 오랜 친구들보다 어쩌면 더 나를 잘 아는 분이기도 하고. 앞 손님이 있어서 잠깐 앉아서 공간을 살펴보는데, 내가 편안함을 느끼고 좋아하는 요소들로 만들어진 곳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옛날하고 크게 달라진 것도 없는데, 내 취향도 많이 변해왔다고 생각하는데 또 이런 걸 보면 꽤나 일관된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

머리 자르고 선희랑 양재에 새로 생긴 카페에 왔다. 다른 아저씨 손님이 강아지를 데리고 왔는데 저 강아지 이름 뭔지 아세요? ‘귀염둥이’라고 함ㅋㅋ (11살)

“선희야 이 커피의 놀라운 점 알게 됐는데 말해줄까?”

“뭔데?”

“이 노트에 써 있는 이것들 중에서 실제로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거ㅋㅋ”

일요일에는 경렬 만나서 산에서 달리기로 했다. 트레일 러닝은 처음이었지만 산은 익숙해서 자신 있었고 요즘 트레일 러닝도 많이들 해서 궁금했는데, 믿을 만한 사람이 리딩해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서 냉큼 가자고 했다. 집에서 서대문까지, 약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역시 새벽에 눈 떠져서 잠은 제대로 자지 못했다. 아침에 프랑스랑 파라과이 축구 보다가, 지하철에서 침착맨에 한로로 나온거 보면서 갔다.

트레일 러닝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 물어보면서 달리고 경렬은 차근차근 잘 알려줬다. 일반적인 길에서 뛸 때랑 어떻게 다른지 실제 움직임이나, 마음가짐이나, 그리고 체력이나 심박수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오르막과 내리막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그런 것들. 그냥 도로에서 뛰는 것도 좋지만 산을 뛰는 건 이런 조망도 볼 수 있고, 그늘도 있고, 무엇보다 좀 더 뛴다는 행위에 더 집중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뚜벅뚜벅… 목표를 향해 달리는 남자의 뒷모습

서대문에서 출발해서 산을 타고 성북동을 지나 낙산공원을 달려 동대문으로 탈출하는 코스였다. 기가막히게 딱 10k 정도가 나왔다. 그냥 조깅이랑 쓰는 근육이 달라서 그런지 몸은 훨씬 피곤했지만 그래도 너무 즐거운 러닝이었다. 조깅할 때는 무릎 위쪽 근육을 쓸 일이 거의 없는데, 트레일러닝은 허벅지에 힘이 훨씬 많이 실리는 느낌이다.

서울 성곽을 끼고 달리는 멋진 코스

좋았다. 또 산에서 뛰고 싶다.

내려와서 좋은 커피도 마시고… 사장님이 맛보라고 콜드브루도 시음용 잔에 내줬는데 그것도 너무 맛있었다. 마침 비가 쏟아져 시원했다. 문득 소주 마시고 싶어져서…

근처 평양면옥에 가서… 냉면이랑 제육이랑 마셨다. 분명히 처음처럼으로 달라고 했는데 그냥 쿨하게 참이슬이 나와서 우스웠다. 뭐 계획대로 결심한대로 되는 게 세상에 뭐가 있나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