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5일
나는 내 커리어를 복습하고 있다.
<올드보이>에 나오는 오대수가 갇힌 방 안에서 인생을 통째로 복습하듯이, 나는 요즘 내 커리어를 복습하고 있다.
<올드보이>에 나오는 오대수가 갇힌 방 안에서 인생을 통째로 복습하듯이, 나는 요즘 내 커리어를 복습하고 있다. 일에 대한 고민은 결국 나에게 있어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회사에서 동료인 우디와 일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요즘은 그게 실무의 관점이라기 보다는 커리어 관점에서의 이야기가 될 때가 많다. 지금은 둘이 같이 일하고 있지만 언젠가 헤어지겠지. 우리 사이에 직급은 없지만 그래도 그나마 경험이 많은 내가 우디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때가 많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 일을 잘하는 방법, 커리어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게 좋은 결정인지 뭐 그런 것들.
커리어 관점에서 나는 운이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유통을 업으로 하는 곳에서 1년 동안 있으면서(딱 1년 있었다. 일 수로 366일인가 367일 되는 날 퇴사했다.) 거기에 수많은 이상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가장 일을 대하는 태도가 좋았던 대리님이 내 사수였어서 일의 기본기를 배울 수 있었다. 보고를 하는 방법, 자료를 만드는 방법,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방법, 윗사람을 대하는 방법, 할 일을 관리하는 방법 같은 것들. 이런 것조차도 몰랐나 싶지만 사실 이런 건 학교에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센스 있는 사람들은 알아서 척척 해내는 것들이겠지만 나는 아쉽게도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이때 들인 습관은 아직도 내가 일 하는 방식에 남아 있다.
그 다음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주목받고 급격하게 성장하던 시기에 스타트업씬으로 들어가게 되어서, 지금은 커진 그 회사들이 작고 밀도 있었던 시기에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마 큰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면 회사는 정치나 연줄이 중요한 역학관계의 장이라는 인식을 가졌을 것 같은데, 그래도 작은 회사들에서 순수한 사람들과 즐겁게 일한 경험을 한 덕분에 회사에 대한 템플릿 자체가 왜곡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위의 대리님에게 배운 것들은 스타트업에 뛰어든 신입들 사이에서는 의외의 경쟁력이 되었다. 그리고 좋은 리더를 만나서 그때는 그분이 정말 싫었지만 돌이켜보면 정말 많이 배웠다.
창업팀에 들어가서는 힘들었지만 역량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많이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모르는 것 투성이였지만 다들 마찬가지였고, 동료들에게 신뢰받고 있다는 느낌 덕분에 하나하나 공부해가며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물론 해결 못한 것도 많다) 다행히 회사도 드물게 빨리 성장하는 팀이었기 때문에 더 작은 조직으로 간 선택이 오히려 내 커리어를 한 단계 올려주는 결과가 되었다. 번아웃으로 도망치듯 팀을 떠난 마지막이 아쉽지만 그것 또한 언젠가 겪었을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시기 적절했던 것 같다. 완전히 초반에 그런 일을 겪었거나, 더 미래에 처음 겪었으면 더 크게 좌절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이름을 말하면 사람들이 되묻지 않는 회사의 관계사에서 일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완전히 다른 분야의 경험을 하고 있고, 문화적으로도 내가 겪었던 곳들과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어떤 경험이든 나를 성장시킨다는 관점에서는 나쁘진 않은 경험이다. 처음에는 의외로 되어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일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까지 꽤 시간이 걸려 허슬하게 일했지만, 요즘은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성과도 안정적으로 만들고 있어 꼬박꼬박 9 to 6를 지키고 있다.
저녁 시간이 길다. 집에 와서 야구를 보거나 간단히 집 정리를 하고 선희와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더할 나위 없는 일상처럼 보이지만 왜인지 행복하지 않다. 다시 몰입해서 치열하게 일해보고 싶다.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지는 몰랐지만 이제는 내 마음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가 어렵다.
인생에서 일이 갖는 의미는 뭘까. 커리어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운과 시기, 그때의 내 마음가짐과 선택같은 변수 중의 변수들이 모여 커리어가 되는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그게 뭔지는 나도 잘 모르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향해 다가가고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을 끌어당기고 있다.

요즘 선희랑 방이역 근처를 자주 산책한다. 달리기하면서 그쪽으로 가는 그늘로만 다닐 수 있는 길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여름에 산책하다가 과일가게 보면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좋아하는 굽네치킨. 야심차게 홀 리뉴얼하셨는데 조명이 너무 보랗다.

선희의 마음… 내용물은 크로아상이었다.

가끔 이렇게 길에 떨어져 있는 인형을 보면 무슨 일일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혼자 차려먹는 소박한 밥상… (맛있다)

이번주의 수요 간식은 도리토스. 회사에서 줄 때 잘 챙기지 않는데 막상 주말에 과자 먹을까 하면 수요 간식이 떠올라서 그걸 사게 된다.

간만에 출근 동선이 겹쳐서 선희랑 같이 3호선.

광복절 휴일. 아침에 10k 뛰고 동네에서 제일 좋아하는 식당에서 점심.

무라카미 하루키 모든 저서 완독하기는 여전히 진행 중
피드에 떠서 슬쩍 봤는데 요즘 하고 있는 고민과 이분의 경험이 너무 비슷해서 보다가 소리질렀다.

8월에는 되도록 매일 뛸 것이다. 그런데 내일 아침 8시 부산가는 기차 타야 하는데 아침 몇시에 뛸지 좀 고민이네… (끝)